Anne Collier




더액츄얼리 독자 분들도 자신의 자화상에 대해서 생각해본적이 있으세요? 빈티지 코믹 북스의 특정 이미지들을 촬영해 자신만의 유머와 위트로 버무린 세계적인 포토그래퍼의 ‘재미있는 자화상’을 소개해드릴께요. 강아지를 좋아하고 채식을 즐기며 여행을 무진장 좋아하고, 1970년대 코믹 북스나 빈티지 포스터에서 영감을 받고, 필름으로만 사진을 찍고, 곧 단편영화 개봉까지 앞둔 뉴욕의 사진작가 앤콜리어 이야기에요. 1970년 로스엔젤레스에서 출생해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그녀는 요즘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어요. 

만약 요즘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그녀가 이번에 처음 서울에 선보인 작품들을 보면서 조금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지 몰라요. 색감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앤콜리어의 작품이 걸린 갤러리 바톤의 미니멀한 공간도 무척 근사합니다. 






앤콜리어가 수년간 지속해온 시리즈들인 ‘Woman Crying’, ‘Tear’ 같은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개인 전이에요. 1970년대의 빈티지 코믹 북스에 등장하는 ‘여자의 눈물’이나 인종이 저마다 다른 여자들의 ‘눈’이 속눈썹의 촘촘한 숱까지 보일 정도로 클로즈업 되어있어요. 사진이지만 회화같은 재미있는 대형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언뜻보면 로이 리히텐슈타인이나 리처드 해밀턴의 작업이 떠오르기도 하죠. 눈물이 가득 찬 여자들의 눈을 극도로 확대시키고, 그래픽적으로 생생하게 묘사된 각각의 눈물들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초현실적인 세계를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드실 수도 있어요. 사실 모든 순간들을 더 깊게 직면하다 보면, 오히려 홀가분할 때가 있는 것처럼요. 우리들도 종종 신비롭고 알 수 없는 이미지를 좋아하잖아요. 그 이유는 보는 이들의 고통을 형상화 한 것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라고 해요.  




화이트 면티셔츠에 미니멀한 골드 액세서리를 매치하고, 마치 스웨덴 여자 같은 느낌을 풍기는 앤콜리어를 더액츄얼리에서 잠깐 만나봤습니다. 

“제가 자라온 1970년대에는 페미니즘 등의 젠더 이슈가 민감할 때였지만, 저는 단지 그 주제에 매몰되고 싶지 않았어요. 미국의 빈티지 코믹 북스를 보다 보면 대체로 여자들이 울고 있었죠. ‘그녀들은 왜 울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게 재미있었고, 그 이미지 자체를 제 식대로 표현한 거에요. 사실 요즘엔 남자들이 더 많이 울지만요.” 앤콜리어는 빈티지 포스터나 매거진 등의 다양한 미디어에서 얻은 이미지들을 필름으로 촬영하고, 필터를 덧씌우고, 반복되는 이미지 주위로 일련의 ‘프레임’을 조성합니다. 이 필터는 디지털 프로세싱 이전 암실에서 사진 인화를 위한 색 보정용으로 고안되었던 장치에요.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레코드 테이프를 촬영한 그녀의 예전 작품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사진과 영화 사이, 정지된 샷과 움직이는 샷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의 공간을 암시하는 앤콜리어만의 시선이죠. 빈티지 포스터나 레코드 테이프는 그녀의 어머니가 좋아하는 것들이라고 해요. 가장 사적인 것들이 가장 멀리가는 법이니까요.  

앤콜리어가 찍는 상업 사진이 어떨지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요즘 앤콜리어는 이탈리아 보그나 명품 패션 하우스의 부름도 종종 받는 것 같거든요.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미뤄졌지만, 곧 단편영화 필름까지 촬영할 계획이라고요. 그녀의 작품은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테이트, 퐁피두 센터, 노르망디 현대미술재단, 스톡홀름 근대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12월 23일까지이니 서두르세요.








갤러리바톤, 2021년 12월 23일까지.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16, 갤러리바톤





Inspiration : exhibition 𝐀𝐧𝐧𝐞 𝐂𝐨𝐥𝐥𝐢𝐞𝐫